중국 정부는 그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탄탄하고 큰 내수 시장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중국 내에서 먼저 완전한 자급 체제를 구축한 뒤 수출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정책으로 싼값의 중국산 제품이 세계에 쏟아지며 시장을 교란하자 다른 나라에선 중국산에 대한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로 육성된 가장 대표적 산업은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3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낙점하고, 2009년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생산자에게 직접 돈을 줘 출고가를 낮추는 형식의 보조금을 중국 업체에만 편파적으로 지급하는 ‘불공정’ 행태를 통해 비야디(BYD),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싼값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중국이 전기차 업체에 쏟아부은 보조금 액수만 총 1600억위안(약 30조원)이고, 특히 업계 1위인 BYD는 70억위안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중국 기업들은 과잉 공급 속에서도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중국산 전기차 견제를 위한 규제를 늘리고 있다.
석유화학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16년 국영 석유화학 기업 시노펙을 앞세워 동부 연안에 ‘7대 석유화학 기지’를 건설하며 단기간에 자급률을 끌어올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업황이 안 좋았던 최근에도 석유화학공정을 국가 차원에서 증설·육성하며 자급률 향상에 힘쓰고 있다.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이 전 세계에 풀리면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 등 전통적인 석유화학 강국이 위축되고 있다.
중국 철강 산업 역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와 맞물려 급성장했다. 제품을 대량으로 우선 생산해 가격을 낮춘 뒤 동남아 등에 내다 팔고, 과잉 생산으로 재고가 늘어나더라도 중국 내에서 선박용, 부동산용 등으로 대량 납품해 소진할 수 있다.